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뮤지컬보다 더 좋은 Cell block tango? 영화 <시카고>

<시카고>

Chicago, 2002

*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스타지망생 록시가 승률 100%의 변호사 빌리를 만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 원래는 연극으로 시작해서 무성영화, 뮤지컬로 명맥을 잇다가, 마침내 2002년에 개봉한 것이 이 영화 <시카고>라 한다. 뮤지컬 영화인만큼 장면마다 넘버를 함께 넣었다. 실제 장면과 쇼 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것도 이 영화의 특징.

 

* 필자는 뮤지컬 <시카고>를 먼저 보았다. 둘다 좋았지만, 왠진 몰라도 요즘 유튜브에 뜬 Cell block tango는 영화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의 특성상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다가, 영화 배우들의 표현력이 무척 돋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 이번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은 넘버의 좋고 나쁨을 떠나, 장면 위주로 뽑았다. All that jazz 와 Cell block tango는 정말이지 두말할 필요없는 명곡들이다.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 #1.

* 살인을 자신이 한 것이라고 주장하던 에이머스가 아내의 부정을 깨닫고는 곧바로 진술을 번복하는 장면.

 

* 앞에서 말했듯 이 장면은 실제 장면(대사를 치는 영화)과 쇼 장면(노래를 부르는 쇼)을 번갈아 보여준다. 남편 에이머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던 록시는, 그가 진술을 번복하자 바로 쌍욕을 날리며 누워있던 피아노를 부서져라 친다.

 

* 에이머스는 정말 멍청한 인물. 초반에는 그것이 안쓰럽다가, 나중가면 화가 난다. (그가 부르는 <미스터 셀로판>을 들어보면 본인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더 서글프다.)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 #2. 

* 엄숙한 법정을 하나의 쇼라고 치부하는 빌리가 록시를 무죄로 이끄는 장면.

 

* 처음의 등장과는 반대로, 빌리는 돈에 따라 움직이는 아주 세속적인 인물.(이 영화에 세속적이지 않은 인물이 사실 없다. 아, 에이머스......) 5000달러를 받은 빌리는 록시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동정에 호소하거나, 재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지점을 집중시키며 법정을 가지고 논다. 위험을 감수하며 벨마까지 끌어올 수 있는 그는 능력자 중 능력자.

 

* 마냥 유쾌하게 그려졌지만 이는 당시 시카고의 시대적 배경을 보여준다고 한다. 범죄가 끊이지 않았던 도시. 술과 재즈로 가득찬 향락의 도시.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에만 목을 메고, 사람들은 가십거리를 찾아 헤맨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를 알차게 활용해먹는 인간들.

 

+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필자는 모두에게 크게 호감이 가진 않더라. 말그대로 쇼를 보는 관중으로 영화를 관람하게된다. 노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 #3. 

* 순수 비지니스로 의기투합한 벨마와 록시의 쇼

 

*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면 하얀색 모형총이다. 여성 살인자로 이름을 날렸던만큼, 이를 쇼에 십분 활용하는 일종의 재치라고 볼 수 있겠다. 총을 가지고 나온 순간 관중들은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트린다. 살인이 가볍게 소비되는 모습은 물론 옳지 못하지만, 어느새 함께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담>

+ 록시의 이야기로 먼저 시작되는 뮤지컬과는 다르게, 영화에서 <All that jazz>를 제일 처음 넣은 것은 신의 한 수. 고혹적인 캐서린 제타 존스에게 훅 빨려들면 말그대로 쇼가 시작된다. 

 

+ 처음에는 록시 하트가 로맨틱 코미디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유명한 르네 젤위거일 줄은 몰랐다. 다소 통통했던 체형은 어디가고, 근육이 드러난 빠싹 마른 모습. 얼마나 혹독한 다이어트를 거쳤을지 상상도 가지않는다.

 

++ 뮤지컬에서는 마마와 벨마가 함께 부르는 넘버가 있었는데, 영화에선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 암울한 시대배경을 드러내는 곡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분명 세상에는 돼지와 멍청이들 뿐이야... 같은 대사가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