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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빌리 아일리시 노래의 바로 그 영화, <브이 포 벤데타>

 그래미를 휩쓴 빌리 아일리시. 수많은 명곡이 있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도 <Bellyache>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샛노란 옷을 입고 무심하게 쭉 뻗은 도로위에 힙하게 서 있는 빌리 아일리시의 모습이란. 뿐만 아니다. 노래엔 이런 가사도 있다.

 

My V is for Vendetta 

(내 V는 복수를 위한 V야.)

 

그리고 2005년에는 이런 영화가 나왔었다.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2005

 

*3차 세계대전 후 완벽하게 통제된 2040년의 영국, 그 곳에 혜성같이 등장한 V로부터 시작되는 혁명이야기.

혁명의 시작은 V 한 사람이었지만, 그것이 점차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이다. 관객들의 평점은 높지만 평론가들의 평점이 형편없이 낮은 비운의 영화. (물론 필자는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V의 개인적인 복수가 전국가적인 혁명과 밀접하게 맞닿아 돌아가는 점이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빌리가 이 영화를 염두해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에 들어서 이 영화가 다시 언급되고 사랑받는 데에는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틀림없다.


시작하기에 앞서......

V가 항상 쓰고 있는 가면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저항의 상징', 가이 포크스의 가면이다.

이 기원에 대해서는 영화 초반에도 다루는데,

1605년 11월 5일, 가이 포크스는 의회 의사당을 폭파시켜 왕과 대신들을 몰살시키려 했으나 붙잡혀 처형된다.

이후 왕실에서는 이 화약음모사건(Gunpowder Plot)이 실패한 것을 기념하여 다음해 11월 5일에 불꽃놀이를 벌였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그의 실패를 아쉬워하고 가이 포크스를 기렸다고 한다.

 그렇게 저항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 가이 포크스, 그리고 저 가면은 가이 포크스의 상징이다.

 

+국제해커조직 어나니머스(Anonymous)도 이 가면을 쓴다.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 #1.

"나도 그들에게 속았어요. 진짜에요. 내 일기장을 읽어봐요."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핵폭탄 개발은 2차 세계대전의 전세는 물론 인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았죠. 그런 희망을 품는 것이 잘못된 건가요?"

"내가 벌하려는 것은 당신의 희망이 아니야. 당신이 한 일이지."

 

* V가 달리아 서리지 검시관(원래 이름은 다이애나 스탠튼)을 찾아가 복수하는 장면.

 

* V는 라크힐 수용소를 관리했던 이들을 찾아내 모조리 죽인다. 마지막으로 죽인 이는 달리아 서리지 검시관. 자신이 저지른 만행을 깨닫자, 이름을 바꾸고 외국으로 도피하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죄책감 속에 살던 인물이다. 그녀는 잘못을 계속 회피하다가, 다가오는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 자신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일을 행했을 뿐이라고 했던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변명이 떠오른다.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 #2.

* 가짜 수용소에서 나온 이비가 죽음과 두려움에 맞서서 각성하는 장면.

 

* 빗물 속의 이비는 불에서 걸어나왔던 V와 겹쳐진다. 이비를 각성시키기 위해 행한 V의 방식은 참 냉정하고 가혹하다. 이 모든 것이 V의 짓이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그를 향해 죽일 듯 달려드는 이비의 심정이 백번이고 이해갈 정도.

 

* 이비가 수용소에 있던 동안 읽었던 발레리의 이야기는 정말 슬펐다.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용소에서 죽어야 했던 발레리와 그녀의 연인 루스. 사람이 지닌 최고의 본질, '고결함'만은 잃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발레리 마지막 인사는 모두에게 사랑을 전한다.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 #3.

"그는 누구였지?"

"그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었어요. 또 내 아버지이자, 제 어머니였죠. 동생이었고, 친구기도 했고......

당신이자 저였어요. 그는 우리 모두였죠."

 

* 광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V. 그들 앞에서 국회 의사당은 폭파되고 밤하늘엔 불꽃이 수놓아진다.

 

* 시간은 정확히 11월 5일의 자정. V는 복수를 완수하며 혁명의 씨앗으로 자리매김한다. 분명 쾌감이 느껴지는 엔딩이지만 V 개인의 삶에 드리운 불행이 씁쓸함을 남겼다.

 


여담>

+ V 개인의 복수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 하지만 그로 인해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각성하고 광장으로 나아갈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이 사회 전체로 전이되는 과정을 다루기엔 그의 개인적인 복수가 너무 부각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혁명'이라는 부피가 큰 단어를 품기엔 조금(아주 조금...) 버거운 느낌.

 

+ 마지막 이비에게서 보이는 V의 모습은 소름이 돋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침착함.

 

+ 중간중간 비춰지는 V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몬테크리스토 백작보다는 돈키호테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