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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일상 다반사

충무아트센터 뮤지컬 <레베카> 시야제한석 관람 후기

 내가 옥주현 배우의 뮤지컬을 처음 본 것은 10년 전 뮤지컬 <아이다>였다.

가녀리지만 단단한 심성을 가진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배우는 옥주현이었다.

내 기억 속에는 그룹 핑클의 멤버에 더 가까운 그녀였지만, 뮤지컬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던 기억.

 

그리고 몇년 뒤 내 눈을 단박에 사로잡은 영상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뮤지컬 <레베카>의 넘버를 부르는 옥주현이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dIFRonefRms / 레베카-의 그 장면.

정말 강렬한 넘버이다. 마지막에 레베카-를 외칠 때에는 머리털이 쭈뼛 섰다.

그 때부터 생각했다.

이 뮤지컬 <레베카>를 꼭 보리라고.

하지만 이미 2차 티켓팅이 끝난 상황이라, 취켓팅(취소표를 잡는 티켓팅)을 노렸다.


12월 29일,

 치열한 취켓팅 속에서 간신히 얻어낸 두 자리는 '시제석'이라 불리는 시야제한석이었다.

난간 때문에 무대 일부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는 가뿐히 무시하고 막힘없이 결제를 눌렀다.

사실 금액에 조금 막힐 뻔했다. 시제석임에도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뮤덕들은 이 금액을 어떻게 감당하는가)


내맘대로 정리한 뮤지컬 관람팁

 

* 30분 정도는 일찍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늦게 가니 주차자리가 없어 그 옆에 조금 떨어져있는 고등학교에 차를 주차한 후 파워워킹을 해야 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만큼, 충무아트센터는 주차자리가 널널하지 못하다.

 

* 티켓은 구매한 사이트에 알맞은 창구로 찾아간 뒤 예매내역 확인창이나 신분증을 제시하면 된다.

 

* 무대와 많이 먼 경우에는(2층 뒤나 3층)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하는 게 좋다. 대여료는 3000원이고, 신분증을 맡겨두는 방식이라 한다. (신분증 한 장당 3개 대여 가능)

 

*시제석에는 이런 센스있는 엽서가 의자 위에 하나씩 올려져있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무대가 가려질 때마다 나는 등받이에 등을 딱 붙인 채 목을 꺾었다. 조금 힘들었다.

옆서의 앞면
엽서의 뒷면

*충무아트센터 시야제한석은,

 확실히 가려지는 부분이 있다. 난간은 무대 아래쪽 삼분의 일 지점 정도를 정확히 지나간다. 뮤지컬의 초반에는 고개를 기울여서 보느라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중후반을 넘어갈수록 깊은 무대를 안쪽까지 야무지게 활용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관람에 크게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원래 자리값보다 한 단계 내린 이 가격이 이해가 가는 정도. (저게 내린 가격이라는 것이 함정)


드디어 써보는 뮤지컬 <레베카> 관람 후기

 

나는 소설 <레베카>를 먼저 읽었는데, 뮤지컬은 소설의 내용을 거의 똑같이 가져와 무대에 올렸다보면 된다. 소설에 그 어마어마하게 지루하고 긴 멘덜리 묘사와 덴버스 부인의 레베카에 대한 집착과 히스테릭한 행동을 조금 간소화한 정도가 차이점이라 볼 수 있겠다.

 

이 날의 캐스팅은 다음과 같았다.

정확히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캐스팅이었다!

- 옥주현 배우가 맡은 덴버스 부인은 어찌나 무섭던지...... 검은색 드레스를 차려입고 팔을 양옆로 쫙 뻗는데, 팔이 너무 길고 가늘었다. 사람이 아닌 느낌. '나'와 함께 극 내내 벌벌 떨었다. 노래도 노래지만 연기도 손색없는 배우구나.

 

- 나 역할의 이지혜 배우도 참 좋았다. 사실 이 뮤지컬의 원탑주연이라고 볼 수 있는데, 노래도 잘 부르고 연기도 잘 해서 함께 몰입할 수 있었다.

 

- 잭 파벨역의 이창민 배우(2am의 그 창민 맞다), 프랭크 역의 박진우 배우는 정말 눈에 띄었다. 길게 나오지 않아도 깊은 인상을 쿡 찍을 줄 아는 배우들. 뛰어난 실력에 깜짝 놀랐다.

 


여담>

 

+ 고대하고 기다리던 2막 1장 넘버는 기대 이상이었다. 노래, 분위기, 연기에 모조리 압도되었다. 아트센터 뚜껑이 날아갈 것 같은 마지막 레베카-는 언제든지 또 보고싶다!

 

++ 소설 <레베카>는 애초 뮤지컬로 만들어 올리기에 조금 무리가 있는 내용이다. 물론 제작자들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회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레베카는 소설 속에선 살아숨쉴지언정, 무대 위에서는 축 처질 수 밖에 없다. 해결방안은 막심 드 윈터와 잭파벨의 길고 긴 원맨쇼였으니...... 엄기준과 이창민, 두 배우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