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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로맨스 영화 추천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

* 걷지 못하는 여자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신파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한 설정인데,

  그걸 참 담백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여느 연인과 다르지 않고, 유난스럽지 않아 더 긴 여운이 남는다.

 


여기부턴 스포일러 주의!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 #1.

'언젠가 그대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야.' 라고 베르나르가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다시 고독하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거기엔 또다시 흘러가버린 1년이란 세월이 있을 뿐인 것이다. 

 

* 츠네오가 헌책방을 뒤져 얻어준 책을 조제가 읽는 장면.

 

* 책의 여자 주인공 이름은 '조제'.

지금 생각하면 너무 노골적인 복선을 깔지 않았나 싶은데, 영화를 볼 당시에는 크게 못 느꼈다. 꽤 잘 숨긴 느낌. 문학적인 영화.

 

*조제는 책을 읽다가 살짝 웃는데, 츠네오가 아주 기뻐한다. 둘의 마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 #2.

* 츠네오가 새로 들어온 후배를 흠씬두들겨 패는 웃픈 장면.

 

* 이유는 '카나이 하루키'라는 이름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조제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 끊어졌던 조제와의 관계가 다시 이어지는, 기폭제가 되는 씬이다.

 

* 영문도 모른 채 두들겨 맞는 카나이 하루키는 나중에 츠네오가 이삿짐을 옮길 때 한 번 더 등장하는데, 조제의 음흉한 미소에 매우 꺼림칙해 한다.(자세한 건 영화를 보시라)

 

 

 

내맘대로 뽑은 명장면 #3. 

* 조제가 츠네오에게 무덤덤하게 이별선물을 건네는 장면.

 

* 뒤이어 나오는 츠네오의 오열과, 조제의 요리하는 일상을 더 빛내주는 씬이 아닌가 싶다.

 

* 와중에도 야한 잡지를 선물이라며 건네는 조제와, 그걸 그냥 곧이곧대로 받아드는 츠네오가 덤덤한 이별의 아릿한 느낌을 살린다.

 

 

여담>

+ 바다 테마 모텔에서, 조제가 자신이 바닷속 깊은 곳에 있었다며 츠네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도 물론 좋았다!

+ 조제를 가족 제사에 데려갈 용기가 없었던 츠네오가, 미안한 마음에 변기에 앉아있는 조제를 힘껏 끌어안는 장면도.

+ 이렇게 보니 버릴 장면이 없구나......

 


++ 조제와 츠네오는 호랑이는 같이 보지만, 물고기는 같이 보지 못한다.

 닫힌 수족관 앞에서 조제는 평소답지 않게 애처럼 찡찡거리다가 울음을 터트리는데, 츠네오는 그것을 받아주지 못하고 신경질을 낸다. 이전에 '호랑이'를 조제가 처한 외부의 상황, '물고기'를 조제의 내면으로 해석한 리뷰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적극 동감한다.

 츠네오는 조제가 처한 상황들, 예를 들어 일상생활의 어려움, 이웃집 변태 아저씨의 요구(개인적으로 아주 화가 나는 장면이었다!)에는 함께하고 보호해주지만, 조제의 깊은 내면까지 공감하지는 못한다. 이것은 츠네오가 이해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가 아주 평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연인의 깊은 내면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필자가 앞서 이 둘이 여느 연인같다고 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그러니까 아무튼, 누구든 꼭 한번 보기를 추천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