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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코로나19 사태와 비슷하다고? 영화 <컨테이젼>

<컨테이젼>

Contagion, 2011

*치사율이 20%에 달하고,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감염되는 신종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초토화되는 모습을 다룬 영화.

포스터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주요 인물이 무려 6명이나 되는데, 각각의 인물들이 따로 움직여서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든다. (평점이 아주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듯) 하지만 바이러스 재난 상황에서 벌어질법한 상황들을 현실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점이 꽤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명장면이라기 보다는, 바이러스 재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 중심의 장면들을 다루고자 한다. 다만 이를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못 박아두겠다.

 


경고. 강력 스포일러 주의!

 

 

첫번째. 유명블로거의 사기행각.

*앨런 크럼위드는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이용하여 크게 한 몫을 차지하려는 블로거이다. 그는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데, 개나리꽃액을 먹고 나았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거짓 영상을 올린다. (물론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다.) 또, 정부가 사망자 수를 축소시키고 있으며 치료법이 있음에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 인물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선동된다는 것이다. 개나리꽃액을 사려다가 폭동이 벌어진다거나, 정부를 완전히 불신하는 사람들이 개발된 백신접종을 거부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의 말이 전부 거짓이라 할 수는 없다. 영화는 이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결국 앨런 크럼위드는 구속되지만 한 몫 챙긴 돈으로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다.

 

 

두번째. 영화 전반에 걸쳐 조명되는 혼란한 상황들.

*이 영화에서 생에 대한 의지는 아주 난폭하게 묘사된다. 사람들은 처음엔 마트에서 사재기를 하다가, 이내 아무도 없는 상점과 집을 털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총을 들고 다니며 식표품과 약을 얻기 위해, 자신들과 똑같이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협한다.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법이 사라진 세상은 이보다 더 야만적일 수 없다.

 

 

세번째. 납치되는 사람들.

*WHO의 레오노라 오란테스 박사는 홍콩으로 급파되어 최초 감염 경로를 밝히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에 의해 납치되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치료제와 본인을 맞바꿀 위기에 처한다.

 

*그녀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공무원, 과학자, 부자들이 납치된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여 맞바꾼 백신은, 가짜이다.


내맘대로 뽑은 추가장면#1.

*질병통제센터에 의해 현장으로 급파되었던 에린 미어스 박사는 그녀 자신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위 장면은 옆 침대에 누워있던 환자가 춥다고 하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패딩을 건네주는 장면.

 

*패딩은 미처 전달되지 못한다.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들을 위해 고생하는 의료진들과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은, 격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내맘대로 뽑은 추가장면 #2.

"로저, 다 들었어요?"

"저도 가족이 있어요. 우리 모두가요."

 

*시카고가 곧 봉쇄되리란 극비정보. 질병통제센터장인 치버 박사는 이 사실을 시카고에 살고 있는 약혼녀 오브리에게만 알리는데, 하필 그 장면을 청소부 로저에게 딱 들켜버린다.

 

*치버 박사는 원리원칙을 고수하며 바이러스를 막고자 노력하는 인물. 하지만 연인의 안위 앞에서는 그것을 저버리는 이 장면이 영화의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어느 누가 그를 욕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극비정보들은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돌고돈다. 백신도 마찬가지. 부족한 백신 때문에 정부에서는 로또 번호를 뽑듯 생일을 뽑아 백신접종 순서를 정하는데, 백신을 바로 접종받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생태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룬다. 아, 저게 원래 맞는건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

 

 

내맘대로 뽑은 추가장면 #3. (추가)

"베리 마샬 박사 기억하세요? 궤양의 원인이 박테리아라 믿고, 자신에게 그것을 주사해 나았다고 아빠가 그랬죠?

백신을 실험하는 거에요."

"이건 달라. 잘못하면 너도 감염돼. 너무 위험하다."

 

* 백신을 스스로에게 투여한 앨리 핵스톨 박사가 마스크를 벗은 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

 

* 이 때의 백신은 임상 실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 이미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이러스를 예방할 백신의 길고 긴 임상 실험을 두고볼 수 없었던 앨리 핵스톨 박사는 살아있는 원숭이를 발견하자마자 그 백신을 꺼내어 스스로에게 주사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몸으로 백신을 시험하는 셈.

 

* 병원에 끝까지 남아 환자들을 돌보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결정에 눈물을 보인다.

 

 

+ 어제 기사를 보니, 현재 중국의 첸 웨이(Chen wei)박사와 그 의료진들도 이런 방식을 쓰고 있는 것 같더라.

 

'첸은 이미 최초로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최고의 바이러스의 전문가이다. 현재 첸과 연구진들은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개발해내기 위해 동물 실험 단계를 거치지 않은 백신을 자신들의 몸에 직접 투양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그들의 사명감에 경의를 표한다.


여담>

+그럼 이 영화가 코로나 19사태와 비슷한 점이 무엇인가를 한번 정리해보았다.

  • 이제껏 본 적 없었던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영화에서는 홍콩이 시작점이다.)
  • 박쥐의 염기서열을 지닌 바이러스(영화에서는 박쥐+돼지)
  • 큰 도시가 봉쇄되는 초유의 사태
  •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지는 양상

+더 이상의 비슷한 점은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는 마지막에 바이러스 창궐 DAY-1을 보여주는데, 첫 감염자인 미치가 바이러스에 어떻게 감염되었는지가 밝혀진다. 돼지 사육장까지 날아온 박쥐가 놓친 먹이를 돼지가 먹고, 돼지를 손질하던 주방장은 손을 제대로 닦지 않은 채 미치와 악수한 것. 하지만 박쥐의 서식지를 밀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미치가 일하던 에임 앨더슨 사였다. 꽤 묵직한 엔딩이 아닐 수 없다.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도 있으니 꼭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